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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_ 생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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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 김혜자. 이 책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며, 몰입과 열정, 감사와 기쁨, 그리고 ‘국민 배우’, ‘국민 엄마’라는 명성 이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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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 김혜자. 그녀는 지난 60년간 수많은 배역으로 살며 삶의 모순과 고통, 환희와 기쁨을 전했다. 배역을 맡으면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만 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수십, 수백 번 몸부림치며 연기했다. 죽기 살기로 하면 그 뒤는 신이 책임져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연기 잘한다는 평가를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며 몰입했다. 언제나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배우이지만 그녀의 삶 이면에는 그토록 치열한 시간과 감사의 기도가 함께했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여기는 배우, 작품을 선택할 때 비록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그 사이에 바늘귀만 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배우, 자신은 죽음을 생각하지만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만을 선택하는 배우, 김혜자. 이 책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며, 몰입과 열정, 감사와 기쁨, 그리고 ‘국민 배우’, ‘국민 엄마’라는 명성 이면의 불가해한 허무와 슬픔에 대한 생의 무대 위 고백이다. 그녀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글을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김혜자는 역시 김혜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저자는 작품을 고를 때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같은 것을 선택했습니다.
스케줄 관리해 줄 매니저도 없고, 의상 코디도 없이 '나만큼'해서 세상에 나를 보였습니다. 작품을 고를 때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같은 것을 선택했습니다.

조미료 '다시다'를 비롯해 제일제당의 제품 광고에 1975년부터 27년 동안 출연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원일기'의 엄마 역이 작용한 이유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전원일기가 시작되기 5년 전부터 출연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 광고 출연이 '전원일기'에서 엄마 역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이 내게 주신 과분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드라마 하차라는 어려운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전일기' 출연료로 생활하는 배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드라마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걸 알고는, 그냥 계속하겠다고 했습니다. 내 생각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김수미 배우도 고두심 배우도 다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어떻게 우리 생각만 할 수 있겠느냐고. 그래서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22년을 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소설에서 저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장면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레빈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농장에서 풀을 베는 장면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이 남자입니다. 톨스토이가 세상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 사람을 통해 말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있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배우가 되어서도 늘 방에서 혼자 있는 습관에 영향을 준 일은 아버지가 미군정 시절 재무부장을 하셨고, 드넓은 관저인 우리 집은 매일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있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배우가 되어서도 늘 내 방에서 혼자 있는 습관이 생긴 것이 그 시기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군식구가 너무 많이 와 있어서 진저리가 날 정도였습니다. 나 혼자 살 수 없을까, 그것이 꿈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가면서 누가 들어갈까 봐 내 방문을 걸어 잠그고 갔습니다.

하루 세 번 웃통을 벗고 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향해 윙크를 날리는 이웃집 남자(다니엘 헤니)로 인해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그래서 문을 꼭꼭 걸어 잠급니다. 절친 정아(나문희)와 함께 이웃집 남자의 정체를 밝히러 찾아갑니다. 알고 보니 사진작가인 그 남자는 희자가 아니라 자신이 먹이를 주는 집 앞 길고양이를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희자가 착각하던 사랑의 눈빛은 그녀가 아닌 고양이에게 향한 것이었습니다.

눈이 부시게'는 대본을 다 읽어 보고도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치매 걸린 역을 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불과 3년 전에 '디어 마이 프렌즈'를 하면서 치매 걸린 여자 역을 했는데, 또 하기 싫었습니다. 치매 걸리는 게 별로 유쾌한 얘기도 아닌데, 한 번 했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쓰는 드라마 속 감정선들이 나하고 너무 잘 맞았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내가 표현하는 감정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연기할 때 지어낼 것도 없고, 상상이 안 될 것도 없었습니다." 김정수 작가는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작가입니다. 그 사람이 쓰는 드라마 속 감정선들이 나하고 너무 잘 맞았습니다. 둘이 따로 만나서 차를 마시거나 대화하지 않아도 늘 마음이 통했습니다. 내 가까운 동생이나 언니와 대화하는 것 같고, 드라마 속에서 내가 표현하는 감정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연기할 때 지어낼 것도 없고, 상상이 안 될 것도 없었습니다. 김정수 작가의 작품은 늘 그랬습니다.

'눈이 부시게'에서 신비의 시계를 잘못 돌린 실수로 '혜자'는 한순간에 50년을 나이 먹고, 갑자기 늙은 육체가 힘이 듭니다. 느리고 힘겹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정말로 나이 먹으면 어떤 일이 어제 일처럼 확 줌인이 됩니다. 어떨 때는 지금 이 순간도 아스라하게 줌아웃이 됩니다.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꾸는 건지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꾸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을 할 때 '아, 작가도 이걸 느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나였습니다.

고두심 배우는 배우이기 이전에 멋진 사람입니다. '전원일기'에서 22년 동안 나의 며느리 역을 했지만, 사실 그때는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천성적으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또 자주 아프리카를 다녔기 때문에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사적으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